Friday, January 6, 2012

[주절주절] Chicago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어.




미시간 호수의 칼바람.


우노의 딥디쉬 피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물들.


고색 찬란한 리글리 필드.


70년대 한국을 옮겨 놓은듯한 로렌스와 링컨길의 한국 가게들.




그중 제일은,




필드 뮤지움쪽에서 바라보는 시카고 엽서 뷰.


그 뷰를 보면서 까먹던 오렌지.


주차 미터에 동전을 바꿔주겠다고 선심 쓰던 백인 아줌마.




'내 추억' 이라는 머리속의 폴더를 열면


'시카고'라는 서브폴더가 보이고


그 안에는 유통기한있는 데이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폴더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 용량이 줄었다고 슬퍼말자.


인생이란 여행은 용량 무제한인 '내 추억' 폴더를 채워나가는거니깐.

Thursday, January 5, 2012

[Las Vegas, NV] Scarpetta

이틀 연속 베가스 포스팅이다. 지금 여기 포틀랜드는 추적추적 비내리는 겨울(이여야 하는데 엘니뇨라니냐로 그냥 해쨍쨍이고 춥다)이다보니 베가스가 그립구나.

오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으로 코를 풀어 볼 곳은 Scott Conant의 Scarpetta 야. 스컷 코넌은 푸드채널의 몇몇 프로에서 주로 judge로 나와서 유명해진 사람이지.




이렇게 생겼어






70년대에 살았다면 대부에 단역으로라도 나왔겠지. 어쩌면 이미 소프라노스에 나왔을지도 몰라. 덩치도 좋고 암튼 우리 이태리 형님들의 그런 이미지야. 이사람이 하는 Scarpetta라는 식당은 미국 과 캐나다에 걸쳐 몇군데 있어. 맥도날드 만큼은 아니지만 셰프의 프랜차이즈 치고는 많은 편이지. 이 형의 토마토 소스 파스타는 좀 유명해서 푸드채널의 쇼인 "Best thing I ever ate"에도 소개되었었어.



베가스의 Scarpetta는 Cosmopolitan에 있어. Scarpetta 는 파스타 다 먹고 나서 소스가 너무 맛나서 접시까지 깨끗하게 핥아 먹는 그런 행위를 의미하지. 그만큼 이 형은 자기 파스타와 토마토소스에 자부심이 많아. 나도 이 형 레시피대로 함 해봤는데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었어. 레시피가 궁금하면 이거 함 봐:


http://www.youtube.com/watch?v=u7BeGj38J4k


오늘도 서론이 길었다. 2011년 7월 무지 더운 베가스의 여름날 저녁에 방문했던 Scarpetta의 기억을 더듬어보자구.





무지 어두운 실내에 나의 아이폰이 할 수 있었던건 이정도야. 이날 먹었던건 $85짜리 테이스팅 메뉴였어. 스컷이 내세우는 여러 요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경험해 볼수 있는 훌륭한 메뉴라고 생각해.


사진엔 없는데 거의 열사병 직전에 있는 나의 몸을 위해서 일단 알베리뇨 한잔을 취하였어.


빵부터 먹자.


















다섯가지 빵과 세가지 찍을거리야. 빵종류들은 잘 기억안나는데 다 맛났어. 찍을거리는 왼쪽부터 시트러스 인퓨전된 오일, 가지 토마토 콤포, 버터 마스카포네. 여기 토마토 콤포에서 범상치 않은 토마토 소스의 기운이 느껴져 - 괜한 사대주의와 선입견일지도 몰라.








사실 이 가지 토마토 콤포는 집에서 손님들 부를때 해도 참 좋아. 어렵지도 않으면서 있어보이기도 하고.



식전빵중에 특히 맘에들었던 살루미가 들어간 녀석이야. 나의 영원한 로망인 한국 빵집의 소시지 빵과 일맥상통하는건가? 그래 누가 나의 소시지빵에 돌을 던지겠니.










두가지 사시미 - 방어와 참치. 그리고 위에 보이는 건 Fritto Misto - 정어리와 오징어 튀김. 사시미는 뭐 그냥 밍밍하다. 서양 셰프들은 이런식으로 날생선을 다룰줄 안다는걸 자랑하고 싶어 하니깐. 정어리랑 오징어튀김은 재료들이 얼마나 싱싱한지 잘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열사병으로 배 더부룩한것만 없었어도 맥주도둑이 되었을 것이지.








조개관자와 버섯 그리고 바닥에 버섯소스. 코스중에 제일 이해 안되었던 (결국 맛없다는 얘기지) 녀석. 버섯의 풍미가 너무 강하다고.













우...이사진 보니깐 지금 침샘 폭발했다. 버섯과 트러플 졸임과 크리미 폴렌타. 진한 고기육수에 버섯과 트러플향이 푸욱 젖어 들었는데 걔를 부드러운 폴렌타와 섞어주니깐 그 궁합이 최고였어. 단품으로도 인기가 많은 메뉴라고 하지.













내가 워낙 잘 먹었던지 웨이터 삼촌이 샴펜 한잔 쐈어. 적절한 타이밍이야. 이제 본격적으로 식사 시작이라고.







드디어 기다리던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와 바질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소스가 적당히 익혀진 수제 파스타에 골고루 입혀져. 스컷은 파스타도 링몰드 이용해서 이렇게 예쁘게 내는걸 좋아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토마토 파스타의 세계에 지진이 일어났어. 내가 최고로 여기는 마리오바탈리의 소스가 고기베이스의 라구라서 강한 남성적 이미지라면 스컷의 것은 약간 여성스럽다고 해야하나 - 좀더 크리미하고 덜 마늘스러운 그런 느낌. 레시피에서도 알수 있지만, 올리브오일에 충분히 향신이 배어들게 하는게 그의 철학이야.










오리와 프와그라 라비올리. 이거야 뭐 내노라하는 이태리 식당들에서 유행처럼 쓰는 음식이니깐 좀 진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대구구이. 밑에 놓인건 캐러맬화된 페널과, 졸인 통토마토. 첫맛보다는 끝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층층이 쌓인 맛의 레이어들이 좋았어. 요리란게 그런거 같아. 일단 원재료가 좋아서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느낄수 있도록 장식을 최소화 하는것. 아니면, 층층이 맛의 레이어들을 쌓아가되, 그들간의 시너지효과가 최대가 되도록 하는건. 이 요리는 후자의 경우겠지









송아지 안심과 채소. 송아지는 항상 먹으면서드는 약간의 죄책감 때문에. 특히 요즘 송아지들이 너무 가격이 떨어져서 말이지. 안심은 원래 부드러워서 별로 안좋아하는데 송아지니 어떻겠어...ㅠㅠ






마지막 달다구리. 쵸코렛 케잌과 캐러멜 젤라토. 난 달다구린 아무래도 오케이. 그래도 반이상 먹었다.








복습이야. Scarpetta가 뭐라고했지? 맞아 파스타 먹고 그릇까지 싹싹 핥아먹는거야. 스컷의 파스타는 진심 Scarpettable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함을 인정한다. 다른 디쉬들에서 보이는 프렌치 스러움, 일본스러움, 퓨전 스럼움, 이도저도 아닌스러움들을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파스타(류)의 디쉬들이 좋다.








자. 스카르페따! 라고 외칠수 있는 그런 맛있고 행복한 식생활을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자고!!!








스카르페따!!!






Wednesday, January 4, 2012

[Las Vegas, NV] Holstein's

라스베가스의 새로운 호텔중 하나인 Cosmopolitan에 있는 모던 Bar인 Holstein's에서의 경험이야.

근데, 홀스타인은 젖소의 한 종류인데, 왜 Bar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설마 이곳의 유명한 버거는 수컷 젖소 - 이는 oxymoron이야 수컷 젖소라니 한국에선 육우라고 부르지 - 로 만드는 것이야?
2012년을 시작하는 현재 한국에선 육우 송아지는 1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공급과잉이라고해.
마찬가지로 한우도 가격이 1/3가량으로 하락했다고하지.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사는 소고기 가격은 거의 변함이 없어.
실제 낙농가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적게는 10단계 많게는 20단계까지의 유통업자들이 개입한다고 하니 당연한 이야기이겠지.

내가 미국에서 자주 가는 Farmer's market 이야기를 좀 해야겠는데.
유통과정의 수로 보자면 최소화한 형태가 파머스 마켓일텐데 그곳의 고기는 사실 그리 싸지 않다고.
그렇다고 고기의 질을 비교해 보자면 Whole Foods 마켓이나 다른 유기농 마트에 비해 그리 나은것 같지도 않고.
나의 의심으로는 파머스 마켓의 논리와 철학중의 하나가 생산자들이 좀더 이득을 보자는것이라는 거다.

쓸데없는 말이 길었네. 암튼 이날은 엄청 더운 베가스의 여름의 한가운데였어.
화씨 100도를 넘어가고 있었지.
저녁먹기도 애매한 시간이고 배는 고프고 해서 들어간곳이 코스모폴리탄 호텔안의 이곳이야.




들어오니 식용색소 22호 분홍색으로 염색체를 물들이신 젖소께서 나를 맞아주시고.

햄버거와 슈스트링 프라이 - 스테이크 프라이도 주문가능이지만 난 가느다란 프라이들이 바삭해서 더 좋아 -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맛보기 위해 바텐더가 자랑하던 거인 새우 칵테일도 주문해 보았어. 맥주는 기본이지.



비쥬얼 깔끔하고 강력하다. 어디가서 가재가 되다 만 새우라 해도 할말 없을 녀석들 트리오야.

고백하건데, 난 바에 앉아 식사를 하게되면, 특히 스테이크 하우스에선, 슈림프 칵테일을 시키는 미신이 있는것 같아. 왜일까....

어느덧 시간이 되어 버거와 프라이 등장이야.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는데 고기 두께 남성적이다. 빵도 따뜻하고, 치즈도 잘 녹았고.
내가 Five Guys 버거를 싫어하는 이유는 빵이 차갑기 때문이야.
덮밥을 찬밥으로 주는 그런 기분이랄까.
무슨 기름으로 튀겼는지 모르지만 감자 바삭하고 성인병 걸리는 느낌 팍팍 들어서 너무 좋아.

버거랑 슈림프랑 맥주랑 해서 대충 50불 근처로 냈던것 같아. 베가스가 싼곳들도 많지만, 이렇게 새로운 호텔의 팬시함을 표방하는 곳들은 또 그 반대의 스펙트럼에 위치하지.

한여름에 다시 베가스를 방문한다면 분홍 홀스타인 젖소남편을 만나러 다시 갈테야.

Tuesday, January 3, 2012

Verdict is in: Apizza scholls vs. Serious Pie

오래 기다렸다.


퍼시픽 노스웨스트의 피자 최강자를 가리는 한판 대결.
포틀랜드의 Apizza Scholls 대 시애틀의 Serious Pie
공평하게 Pizza Margheritta로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의외로 싱거운 한판승.


- 포틀랜드의 Apizza Scholls


화덕이 아닌 일반 오븐. 온도는 높겠지.
일단 도우의 씹힘은 약간 지나칠 정도로 질긴것으로 봐서 발효를 좀 오래 시키는 듯하고
토마토 소스는 입에 약간 거슬릴 정도로 짭잘함.
모짜렐라 치즈는 평범하고, 바질은 신선하고.



- 시애틀의 Serious Pie





개스로 화력이 조절되는 듯한 커스텀 화덕.
거의 입에서 녹아 없어지는 듯한 도우. 씹는 맛이 너무 없는건 아닌가 하는 정도?
달콤한 맛이 강조된 토마토 소스. 그러나 싸구려 설탕의 기분나쁜 맛이 아니야.
버팔로 우유로 만든 모짜렐라치즈의 부드러운 맛이 상당히 고급스러워.

- 판결.
도우의 씹히는 느낌이 너무 없는것만 빼면 Serious Pie의 마게리타 피자는 완벽해. Apizza Scholls의 도우가 좀 덜 츄이했다면 비등한 대결이 될뻔도 했겠지만. 이번에 먹었던 상태로는 Serious Pie의 TKO 승이야. 게다가 토마토 소스는 짠거보단 달달한 편이 좋다고.

- 사족
1. Apizza Scholls의 시저 샐러드는 로메인 레투스가 통채로 나오는데 너무 신선한거지
2. Serious Pie에서 먹었던 Heirloom 샐러드 (연말한정) 도 상당히 좋았어.
3. 두군데 모두 주말에 가면 한시간은 기다려야해. 예약도 안받고. 젠장.
4. 포틀랜드의 Ken's Artisan은 왜 빼먹었냐 물을수 있겠지? 간단해. 왜냐면 그들은 Artisan을 표방하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