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11, 2012

[Cooking] Candied Walnuts (19금) 사탕 호두를 만들어 보자

Candied walnut 이거 한국말로 뭐야? 호두 사탕은 아니고, 사탕화된 호두, 달달한 호두라고 할까?

신선한 호두는 그냥 그대로 먹는게 건강에 젤 좋겠지? 근데 그냥 먹기엔 고소한 맛만 나고 심심할때가 있어. 또, 예전에 사놓은 호두가 있는데 오래되어서 눅눅해 졌다거나 할때도 이렇게 하면 좋아.

참고로 피칸은 호두랑 다른거야 알지? 호두 대신에 피칸을 써도되. 미국에선 피칸 발음이 지역마다 다 달라. 어디선 피칸, 어디선 피캔.. 피캔 하면 좀 조심해야해... 트럭 운전사들이 쓰는 거랑 헷갈리면 안된다고.

일단 호두 준비하자. 얘는 한달 전쯤에 파머스 마켓에서 구한 지역 특산물 호두. 이만큼에 $8 였던가?



자 이젠 달달하게 해줄 것들. 두종류의 설탕과 꿀이야. 하나는 젤 흔하고 싸구려인 표백된 설탕. 하나는 유기농이고 아무런 작업도 하지않은 정제되지 않은 설탕. 잠깐 여기서 이거 흑설탕이랑 헷갈리면 안되. 흔히 흑설탕이 더 몸에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흑설탕은 백설탕에다가 물엿 넣어서 만드는 거야. 속지 말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레곤산 꿀. 내가 이거 파는 애들한테 니들은 벌한테 설탕 안 먹이냐고 물어보고 싶은걸 2년째 참고 있어. 올해는 꼭 물어본다 내가.



왜이렇게 다른 종류의 설탕과 꿀을 쓰냐고? 내맘이야. 그냥 얘들이 합쳐지면 좀 더 복합적인 맛이 나서 재밌지 않겠어? 이게 귀찮으면 그냥 설탕만 써도 되.

그리고 오늘 만들 달달한 호두를 19금으로 만들어줄 비장의 재료야.

두둥.



럼이지. 이거도 당연히 선택사항이야. 난 그냥 좀더 어른 스럽고 깊은 단맛을 위해서 얘를 넣어보기로 했어.

자 이제 호두부터 로스팅 해보자. 중불정도의 오븐 (화씨 350도)안에서 팬에다가 해도 되고, 오븐 작동이 귀찮은 나같은 사람은 그냥 불위에서 볶아 버려. 아무 기름도 하지말고 그냥 볶아. 타지 않게 중불에서 5-10분정도 섞어주며 볶아줘야해.



그리고 옆의 팬에다간 설탕과 꿀을 넣고 약불로 달이기 시작해. 혹시나 한번에 개스불을 두구멍 이상 켜 놓으면 신경쇠약으로 쓰러지는 스타일이야? 그럼 일단 호두부터 볶아놓고 나서 이거 시작해.



3-4분 정도 지나기 시작하면 얘들이 녹기 시작해. 색깔이 좀 거무주죽한게 좀 그런가? 그냥 백설탕으로만 하면 색은 더 예쁘겠지만 표백된 음식은 좀 줄이자고.


여기서 2-3분 더 달이면 추억의 냄새와 모양이 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약간의 럼을 추가해 줘.


자 여기다가 뭐만 넣으면 달고나, 먹기 되는건데 그치? 그건 나중에 하고 싶으면 국자에다가 해들 드시고.







여기다가 볶아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호두들을 추가해 줘. 여기서 불은 꺼도 되고 약불을 유지해도 되. 하지만 최대한 빨리 호두들에게 단맛의 코팅을 입혀주도록 하자고.






평평한 카운터나 팬에다가 왁스 종이 또는 parchment 페이퍼 - 이거 한글로 뭘까? 암튼 뭔지 알아서 찾아봐. 베이킹 하는 사람들 많이 쓰는거야. 그냥 미끌미끌해서 안 들러붙게 해 주는 거지. 여기다가 적당히 깔아줘. 뭐 꼼꼼하면 하나하나 떼어놓아도 되지만 그럼 잼 없잖아. 집었들었는데 두개 이상 붙어있으면 횡재한 기분도 들고 말야.







계절과 실내 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상온에서 10-20분이면 굳을꺼야. 그리고 만져보면 매끈매끈한 사탕 기분이 난다고. 그럼 완성이야.






다시 말하지만 백설탕만 쓰면 색은 더 깔끔할수 있겠지만, 이렇게 해봐도 나름 터프한 룩도 있고 맛? 맛은 두말하면 입만아파. 그냥 해서 맛나게 드시라고. 심심할때 집어먹어도 되고. 사람들 불러서 칵테일 파티할때 가벼운 안주로도 최고야.




대부분의 견과류는 비슷하게 해도 되겠지? 다른 종류의 견과류들을 섞으면 재밌는 텍스쳐가 되기도 할거야. 그럼 본 애프티토!!

Monday, January 9, 2012

[주절주절] Marinovich vs. 조정래

Marinovich project라는 게 있어. 최근에 미국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했던 한 미식축구 선수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야. Marinovich는 누구냐. 우린 두사람을 얘기해야해. Todd Marinovich와 그의 아버지인 Marv Marinovich.





토드의 아버지 마브는 60년대에 프로 미식축구 선수였어. 그다지 화려한 선수경력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그 이유중에 하나가 너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혹독하게 해서 그게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어. 아마 스테로이드같은 약물을 사용해서 근육의 회복을 빨리 할수 있는 편법/불법은 사용하지 않았나봐. 어쨌든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친 그의 탁월한 트레이닝 능력때문에 자기가 뛰었던 팀인, Oakland Raiders에 트레이너로 고용이 되.





그러고, 그에겐 토드라는 아들이 태어나지. 이 아들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던 그는, 작정하고 이 아들을 최고의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결심을 해. 유아기부터 시작된 그의 혹독한 트레이닝과 식이요법 프로그램은 토드를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미국 전국구 레벨의 쿼터백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버리지. 피지컬한 능력은 물론이고, 스트레칭과 식단 조절로 그의 외형도 이상적인 쿼터백의 그것으로 만들어지게 되지. 토드는 주업은 미식축구, 취미로 농구팀에서 뛰며 그의 고교를 최고 팀으로 끌어올리고 전 미국 스포츠계의 관심을 받지만, 또래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감옥과 같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겪어야 했던 그는 졸업반때부터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지. "친구들은 빅맥 먹고, 트윙키 먹고 그러는데 난 그런것 구경도 해본적이 없다" 라고 인터뷰에서도 밝힌 그는 아버지 몰래 시작한 술과 약물에 서서히 중독되게 된다. 그리고, 지나친 세간의 관심과 비난 - "Robo-quarterback"이라는 비꼬임 섞인 별명이 단적인 예야 - 도 어린 토드를 점점 약물과 친하게 만들게 하지. 이미 그의 부모는 이때 이혼한 상태였고, 아버지 혼자서 토드의 트레이닝을 담당했는데, 가정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어.









어쨋든, 출중한 기량으로 고교를 졸업하는 토드는 여러 대학들의 러브콜중에 고민을 하다가, 아버지의 모교이기도 한 남가주 대학 (USC)로 진학을 하게 되고 1학년때 학교를 Rose Bowl (프로야구로 치면 월드시리즈급이라고 해두자) 에 나가게 만들고 거기서 USC를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동시에 계속되는 그의 약물중독 문제들과 코치와의 불화는 그를 학교에 더이상 묶어두지 못하고, 중퇴와 함께 그의 아버지가 뛰었던 프로팀인 Los Angeles Raiders - 레이더스는 당시 엘에이 연고였으니깐 -에 입단하게되. 하지만 팀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히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야하는 미식축구의 쿼터백을 학교도 중퇴하고 약물문제가 있는 토드가 제대로 해낼리 없지. 결국 그는 1년도 안되어 팀에서 방출되고 그 후로 캐나다 미식축구 리그와 미국 실내 미식축구리그를 전전하게 된다. 그게 로보쿼터백의 쓸쓸한 현재야. 참고로 토드는 69년 생이야.





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했을까.





지난 주말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일인자라고 얘기해도 별 지장 없을 "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이 나오셨어. 그분 이야기중에 잠시 손자 자랑을 하시면서, 당신 아들과 며느리에게 숙제를 하나 내주었던것이 있는데, 태백산맥 전부를 필사본으로 만들라는, 다시말하면, 그 10권짜리 대하소설을 글로 직접 써서 옮겨라 하는 것이였지.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거 무슨 초등학생 벌주는 것도 아니고 말야. 어쨌든 아들과 며느리는 3년반에 걸쳐서 태백산맥 필사본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그 부부사이에 아들이 태어나게 되지. 그 아들이 조정래 선생이 자랑하던 그 손자인데, 자랑의 내용은 다름아닌 영재학교에 다닌다는 것이고, 그렇게 된 큰 이유중의 하나가 며느리가 태백산맥 필사본 작업을 하며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태교 였다는 것이야.











조정래 선생의 선친은 만해 한용운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했던 승려셨으며 해방후에 교편을 잡고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셨다고 해. 조정래 선생 당신도 동국대 국문과 출신 (그당시 동국대 국문과는 서울대 국문과 보다 더 좋은 곳이였다) 의 엘리트, 그의 부인도 같은과 출신의 시인이니 그 집안에 흐르는 핏줄의 영리함은 당연히 무시할수 없어. 게다가 그의 집안의 철칙과도 같은 "주색잡기를 멀리하라" - 머리도 좋은데 술담배도 안하니 얼마나 DNA들이 초롱초롱하겠어.





태백산맥 필사본 태교 이야기를 들었을때 뭔가 두들겨 맞은듯한 그런 기분이였어. 머리와 손을 동시에 하는 그런 태교라니 너무 좋잖아. 비슷한 예로 모차르트의 음악 악보를 필사한다던가, 명화들을 카피해 그린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겠지.





어느 한 분야에서 영재로 태어나거나 만들어지는게 과연 좋기만 한 일일까? 적어도 마리노비치의 경우에서 보자면 "인성"적인 부분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알수 있겠지.





마리노비치나 조정래 선생의 손자나 일단 선대에서 물려받은 뛰어난 유전자가 있음엔 분명해. 엉뚱한 결론을 미리 내려 보자면 (아직 조정래 선생 손자가 어떤 인물이 될지는 모르지만) 마리노비치는 인문학적, 예술적 태교를 게을리 했고, 게다가 성장기에 인성교육이 결여되어서 패가망신한 경우일 것이다.

초이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