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6, 2012

[Portland] My Brother's Crawfish

루이지애나. Louisiana. 미국 남부에 있는 주 이름이야.

루이지애나 하면 뭐가 생각나? Bourbon 스트릿? 재즈? Mardi Gras? 무더위? 뉴올리언즈?

난 음식이야.

케이준 Cajun 이라고 알아?

내가 케이준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건 저 먼 옛날 한국의 TGIFriday's 에서 였어. 그 이름도 찬란한 *케이준 프라이드 치킨 샐러드*. 뭐 그렇게 접했지만 그게 뭔 소리인지 알수도 없었고 알려고도 안했지. 그냥 뭐 소스 이름인가보다 했을거야.

이 케이준이 뭔지 조금만 썰을 좀 풀어보자.

Louisiana. 이름에서 뭐가 연상되지? Louis. 불어로 루이.
루이지애나 지역은 프랑스인들에 의해 처음 점령되었던 지역이야. 그래서 이름도 그들의 위대한 루이 황제 이름을 따서 지은거지.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도시들 이름도 대부분이 불어 계열이야. New Oreleans (오를레앙), Lafayette (라파옛 장군이름이겠지), Baton Rouge, 등등등...
난 사실 루이하면 루이 암스트롱인데. 뉴올리언즈 공항 이름이 사실 그를 기리기 위해 루이 암스트롱 공항이지. 재즈의 발생지다운 이름이야.

케이준과 크리올. Cajun 과 Creole. 이 두 단어는 루이지애나 지역의 음식스타일을 나타내는 말이지. 음식 말고도 문화적으로 인류학적으로 여러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여기선 음식만 생각하자고. 루이지애나엔 그 지역을 점령했던 프랑스 이민자들과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실려온 우리 흑인 형제 자매들이 함께 살고 있었어. 물론 한쪽은 지배자 다른 한쪽은 피지배자 였겠지. 그렇긴 해도 서로의 문화, 특히 음식문화가 충돌하고, 융합되고 또 새로 태어나는 일은 피할수 없었을거야. 세계 어느곳을 봐도 그렇잖아. 비슷한 프랑스의 영향은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볼수 있고. 우리의 경우엔 미군들과의 공생으로 생겨난 부대찌개가 그런 예인것 같아.

어쨌든, 아프리카의 형제 자매 음식들과 프랑스 사람들 음식들이 만나서 새로운 형태의 음식스타일을 만들어 내는데, 그중에 도시지역 음식 스타일을 Creole, 시골 스타일을 Cajun이라고 부르게 된다고. 둘의 차이가 뭐냐고? 내 경험상으로는 좋은 식당에서 하얀 테이블보에 반짝거리는 포크/나이프에 비싼 그릇에 먹으면 Creole 이고 그렇지 않으면 Cajun 이다. 그 둘의 공통점이자 루이지애나 음식 스타일을 다른 미국/서양음식에 비해 특징짓는 점들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자극적이고 매콤한 양념이야.

흔히들 "미국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내가 자신있게 내놓는 답중의 하나가 이 케이준/크리올이야. 미국의 남부 음식. 소울푸드라고도 부를수 있는, 미국 역사의 한 축을 이룬 흑인 형제자매들의 혼이 담겨 있는 대표적인 미국음식인거지.

케이준 음식의 예가 뭐가 있을까? 지금 생각 나는거는 검보, 잠발라야, 포보이, 에투페 등이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들도 올려봐야지. 티지아이의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여기서 빼자 근데. 참, 한국에선 크게 성공 못했지만, 미국에선 내가 KFC보다 더 좋아하는 Popeye's 뽀빠이 치킨의 탄생지도 루이지애나야. 우리 형제 자매님들 닭 참 잘 튀기신다고.

그리고 오늘 보여줄 Crawfish 요리가 있어. 혹은 Crayfish 라고도 부르지. 한국말로는 민물가재라고 해야하나? 한국도 지방에서는 민물 가재를 매운탕에 넣어서 먹는것 같기도 한데 그냥 부재료이지 주재료인지는 모르겠어. 아뭏든 얘를 뉴올리언즈에서 처음 먹었을때의 신선한 충격은 잊을수가 없다.

미국의 중심을 따라 흘러서 남부를 통해 멕시코만으로 빠져나가는 미시시피강의 하류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으로 루이지애나에서는 이 Crawfish가 엄청나게 잡히게 되고, 사람들은 얘들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내게 되지. 얘가 생긴건 바닷가재랑 똑같은데 크기가 거의 1/10이야. 손바닥보다 작거나 손바닥만하다고. 갑각류는 사실 그냥 찌거나 삶아서 그 살의 풍미를 최소한의 양념으로 즐기는게 맞는 얘기지. 근데 얘는 몸통도 작고, 살도 얼마 없다 보니깐 그냥 삶기 보다는 삶는 물에 양념을 좀 강하게 해서 그 풍미를 함께 즐기게 된것 같아.

내가 이곳 포틀랜드로 이사오고 나서 이 Boiled Crawfish가 먹고 싶어서 여러군데 찾아다녔었어. 사실 다운타운에 Jake's Crawfish라는 관광객들 많이가는 해산물 식당이 있는데, 그곳 메뉴에 Boiled Crawfish가 있긴 하는데, 일단 반짝 시즌용이고, 구색용이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한마디로 맛이 형편없단 얘기지.

그러다가 2년 전쯤엔가 오늘 얘기할 MBC (My Brother's Crawfish)가 문을 열게 되지. 이 이름이 참 중의적인게, 일단 이 식당은 베트남계의 형제들이 주인이야, 또 한편으로 Brother는 미국에서 흑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 흑인들이 주역인 Cajun음식 식당으로 심플하게 잘 지은것 같아. 처음 이곳을 방문하고 나는 이 식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포틀랜드에 오래 살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 후로 이집은 나의 Crawfish 갈증을 해결해주고 있지.

사실 이집 주인 형제들은 루이지애나가 아니고, 그 옆 주인 텍사스주의 휴스턴 출신이야. 텍사스도 루이지애나 만큼은 아니더라도 Crawfish 많이 먹는다고.

가게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 (퍼온 사진이야)




일단 루이지애나 맥주 한병 시켜주고. (Abita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 Amber)



맥주 얘기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한국 맥주는 진짜 서양애들이 말오줌이라고 놀려도 할말없다. 최근에 딴지일보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글에서도 알수 있지만 한국 맥주는 맥주라고 부르지도 말았으면 좋겠어.

케이준 프라이. Crawfish 삶아지는 동안 배고파서 시켰어. 그냥 감자튀김에 Cajun seasoning 뿌린거야.






역시 재미삼아 시켜본 크랩케이크. 이것도 그냥 그렇다. 크랩케이크는 두툼한 게살에 부드러운 식감이 생명인데, 얘는 좀 뭐랄까 너무 기름에 쩐듯한 그런 느낌이야. 그냥 맥주랑 먹기는 오케이지 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Boiled Crawfish 2파운드 등장!!





오늘은 Andouille (안두이) 소시지 추가해줬어. 안두이 소시지도 케이준 음식에서 빠지면 안되는 재료중의 하나지. 감자나 옥수수를 추가할 수도 있는데 이날은 안그랬던 모양이야. 비주얼 와일드 하지? 이게 바로 Cajun이다. 우리 형제 자매들 힘든 하루 일과 끝내고, 또 얼마나 더워 그 남부지방, 시원한 맥주 한병에다가 Crawfish 매콤하게 삶아서 먹어주다가 남은 국물은 빵에 찍어서도 먹고 그냥도 먹고 하면 그만한 하루 마무리가 또 어디있겠어?





자알 생긴놈으로 한놈 독사진이야.



생긴건 진짜 바닷가재랑 똑같지. 근데 얘가 그냥 손바닥만하다고 보면 되. 얘를 먹는 방법은





1. 머리를 분리해서 그 안의 쥬스를 흡입하거나 통채로 씹어 먹고

2. 나머지 몸통에서 머리쪽의 한 마디 껍질만 분리해내고 꼬리를 잘라내면 몸통을 깨끗하게 끄집어 낼수 있게 된다.





이 과정도 사진으로 담으려하지만 먹기 바빠 항상 지나친다.



그렇게 먹다가, 국물을 떠 먹기도 하고, 이집은 좀 특이한게 월남식 프렌치 브레드 (쌀 들어간거) 시킬수 있어서 그걸 국물에 찍어먹으면 또 그런 별미가 없어.





이 식당 주인 형제들은 연중내내 텍사스에 있는 자기들 다른 형제들로부터 Crawfish를 공수받는다고 해. 그래서 시즌에 따라서는 살아있는 놈들을 받기도 하고, 냉동된 놈들을 받기도 한다지.





어쨋든 포틀랜드, 나아가서 미국 서북부 지역에서 루이지애나식에 가장 가까운 Boiled Crawfish 먹고 싶으면 우리 형제들의 크로피쉬 집으로 갑시다요.





오늘도 본 애프티토! (아니 오늘은 봉 애프티! 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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