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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18, 2012

[주절주절] 반쪽자리 셀레브리티 셰프

내가 (나혼자) 스승으로 모시는 황교익님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어.

(젠장, 이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때만 해도 이에 관련된 글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벌써 4개로 늘어났어. 내가 시간을 너무 질질 끌고 있는거지)

"에드워드 권,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는 아마도 한국에서 하고있는 쿠킹 리얼리티쇼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에드워드 권이 요리사 후보 탈락시킬때 하는 말인가봐. 사실 저런 탈락멘트는 도날드 트럼프가 "The apprentice" 라는 경영전문가 선발 프로그램에서 매주 한명씩 자르면서 "You are fired!" 라고 한데서 시작된 거겠지.



에드워드 권에게 역으로 똥침을 날리고 있는 이는 "트루맛 쇼"라는 미디어 맛집 프로그램들의 실체(?)를 밝히는 영화를 감독한 김재환이라는 사람이야. 김재환 감독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에드워드 권이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트루맛 쇼 얘기는 언젠가 나중에 다시한번 해보고, 오늘은 포커스를 에드워드 권과 그에대한 김재환감독의 비난으로만 맞추자고.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209.html

김재환 감독의 주장은 간단히 말해서, 에드워드 권의 알려진 경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리얼리티 요리사 선발프로그램에 나와서 심사위원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건데 내 생각은 좀 달라. 사실 권셰프의 경력 논란은 이미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고. 김재환 감독 지적이 아니더라도 많은 매체에서 다루어졌었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말이지. 김재환 감독은 고든 램지 (소리 버럭버럭 지르는 리얼리티 쇼인 지옥의 키친의 주인공 셰프지)의 리얼리티 쇼 참가자들 중에 두명이 그 충격으로 자살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덤으로 에드워드 권의 자질을 의심하는 비난을 덧붙이는데, 그얘기는 결국 자질 없는 심사위원에게 평가를 받음으로써 참가자들이 받을 고통과 충격이 더 커진다는 얘기야? 고든 램지도 영미권에선 저명하고 인증된 요리사인데 그가 둘을 죽였으니, 에드워드 권은 검증도 안되었으니 더 많은 사람이 죽을거란 말이냐라고 내가 물으면 지나친 비약이려나? 하지만 리얼리티 쇼는 어차피 리얼리티 “쇼” 일뿐이라고. 훔쳐보기와 대리만족의 말초적인 즐거움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있는 한 에드워드 권이 아니라 그자리에 다른 누가 있어도 그 파장은다르지 않다고 본다. 돌아가신 궁중요리 연구가 황혜성 선생께서 거기 않으셔서 자애로운 목소리로 “후보생은 자격이 없는것 같아요” 하면 기쁜 마음으로 탈락할 수 있으려나? 확실히 시청률은 덜 나온다에 한표 던진다.


(이사람 소리지르는건 진짜 짜증나긴 한다 근데)

나는 그의 왜곡된 경력 말고 다른 관점에서 에드워드를 까 보고자 한다고. 그걸 위해서 미국에서의 셀레브러티 셰프에 대해 장황한 썰을 좀 풀어야겠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에드워드 권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그리고 지금 현재도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셀리브리티 셰프"야. 셀리브리티 셰프가 뭐냐? "셀리브리티" 와 "셰프"를 결합해 생겨난 이 말은 아마 미국에서 생겨났을거야. 그렇담 "셀리브리티"는 무엇이냐. 위키에는 이렇게 나와있어.

A celebrity, also referred to as a celeb in popular culture, is a person who has a prominent profile and commands a great degree of public fascination and influence in day-to-day media. The term is synonymous with wealth (commonly denoted as a person with fame and fortune), implied with great popular appeal, prominence in a particular field, and is easily recognized by the general public.

저명한 경력을 가지고 일상의 대중매체에 지대한 대중적인 환상과 영향을 미치는 사람. 주로 부와 명예를 갖고 있으며, 인기있고, 특정 분야에서 유명하며, 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람.

쉽게 찾을 수 있는 예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예전에 내가 미국 시골에서 대학원 다닐때는 동네에 있던 거대한 자동차 딜러쉽 주인도 셀렙 명칭을 달고 있었어. 정의에 의하면 맞잖아. 돈도 많고, 사회에 기여도 많이 하는듯하니 명예도 있고, 사람들이 알아보니깐 셀레브리티인거지 비록 전국구 레벨이 아니고 로컬 셀렙이라는게 차이겠지.

근데 언제부턴가 이 셀렙 대열에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 세상에, 요리사가 언제부터 부와 명예를 부여잡고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그런 직업이 된거야? 유명하고 맛있는 식당은 존재할 지언정 그 뒤의 전쟁터같은 키친에서 불기름과 싸우는 그들을 알아봐주기 시작한게 도대체 언제부터냐고?

Oxymoron 이라고 할 수 도 있는 "셀레브리티+셰프"의 탄생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건, 역시 티비 요리 프로그램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혹시 줄리아 차일드라고 알아?

몇년 전에 "줄리아" 라는 영화도 나왔었지. 줄리아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가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의 요리를 모두 만들어 보면서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며 줄리아와 교감한다는 그런 얘기야. 줄리아 차일드는 지금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60년대 이후로 미국에서 프렌치 요리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섰다고해도 될만한 그런 사람이며 최초의 셀레브리티 셰프라고 부를수 있는 그런 사람일거야. 섬세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프렌치 요리를 마치 우리네 할머니들이 손맛으로 요리하듯이 친근하게 접근한 분이 줄리아라고. 그런 그녀의 스타일에 미국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문턱높기만 했던 프렌치 요리를 미국 가정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어.


(줄리아와 영화 “줄리아” 에서 줄리아를 연기한 메릴스트립이야. 줄리아가 닭 손질하는건 거의 코미디쇼 수준으로 재밌어. 볼려면 여기http://www.youtube.com/watch?v=UOwptf4ds5k&feature=related )

줄리아같은 인기를 얻었던 요리사들이 또 있을까? 이름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요리사말야. 내가 7-80년대 안살아 봐서 모르지만 저정도의 인지도를 갖는 사람은 없었다에 한표.

그러다가 미국의 케이블티비에 Food Network라는 채널이 등장하는데 그게 1993년이야. 지금이야 cooking channel, discovery channel, travel channel 등에서 다양한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지만, 하루 24시간 음식과 요리관련된 프로그램만 방송한다는 것은 그당시에 엄청난 모험이였어. 하지만, 이 모험은 20년이 지난 현재 엄청난 성공의 결과로 이어지고, 음식과 요리를 엔터테인먼트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되지.

내 개인적으로도 1998년 미국에 처음왔을때, 푸드채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케이블을 돈내고 신청할 정도로 요리나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 채널은 꿈의 구장같은 존재였어. 한때 유행했던 말인 “infotainment:지식전달과 오락의 결합” 을 푸드채널보다 더 잘 보여주는 매체가 있을까?

기존의 공중파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딱딱하고 일방향적인 형식의 요리 쇼들 (대부분의 요리쇼들은 PBS, 한국으로 치면 EBS에서 방송되었었다고)은 다양한 형태의 포맷으로 무장한 Food Network의 쇼들로 진화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요리사들은 그 인지도를 점점 높여가 기존의 연예인들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게 되지. 그러는 와중에도 푸드채널의 시청률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효자 방송이 하나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 방송은 푸드채널의 자체제작 방송이 아니야.

"요리의 철인"이라는 원제목을 갖고 있는 이 방송. 미국판 제목은 "Iron Chef". 일본의 후지티비에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방송되었던 이 쇼는 몇명의 정해져있는 요리의 철인들에게 도전자가 요리 대결을 신청하고 한시간의 주어진 시간동안 대결 전까지는 알수 없는 비밀의 요리재료를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어 심사를 받는 내용이야. 요리 경연들이야 세계 곳곳에서 존재했겠지만, 정기적으로 방송되는 티비쇼를 만들어 이를 중계시키고 히트시킨 첫번째 경우이지. 암튼 말초신경 자극에는 일본 오락쇼들이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의 철인 2기라고 해야하나. 미치바 할아버지가없고 모리모토가 있으니깐)

미국의 푸드채널에서 이를 방송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미국 방송에서 비 영어권 국가의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것은 진짜 드문 일중의 하나야. 일단 미국에서 자막으로 외국어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는 것은 시청률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거든. 그래서 푸드채널에서 택한 방법은 더빙과 자막의 복합 형태야. 예를 들면 무한 개성을 내뿜은 요리사관학교의 교장님 (사진 가운더)은 그의 일본어 액센트를 살리기 위해 자막처리하고. 요리사들과 심사위원들, 해설자들의 말은 더빙을 하는데, 더빙하는 성우들도 일부러 동양인 액센트들을 집어 넣어서 마치 70년대 유행하던 홍콩발 무술 드라마를 보는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되지.

생각해봐. 매주 새로운 도전자들이 나와서 요리의 철인에게 도전을 하고, 요리의 철인들은 그들의 명예와 지위를 걸고 도전자들을 꺽기 위해서 한시간동안 정말 뭐 빠지도록 요리를 한다고. 게다가 그들은 요리 경연 전까지는 재료가 뭔지 알지도 못하고. 물론 여기서 여러가지 숨겨진 연출적 비밀들이 있을거야. 대결 재료를 몇시간 전에 알려준다던가. 요리의 철인중에 누구에게 도전할지도 미리 정해져 있다는 등.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요리사들의 대결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는 영향력이야. 알리와 프레이져의 권투시합을 마치 이소룡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감상하게 되는거라 하면 너무 심한 과장이려나?

이 Iron Chef 쇼는 99년에 일본에서 막을 내리지만 미국에서는 재방이 계속되고 결국엔 Iron Chef USA 라는 이름으로 미국산 리메이크로 재탄생된다. 푸드채널에서 유명해진 몇명의 요리사들이 Iron Chef로 등장하고, 이들에게 도전하는 미국 전국, 아니 전세계의 셰프들의 이야기가 Iron Chef USA라는 이름으로 펼쳐진다고. 영국에도 Iron Chef UK가 있다고 해.

이처럼 푸드채널의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Iron Chef,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평소에 먹고 살기위해 요리해야하는 자신들, 혹은 아마추어적인 레벨에서 요리를 즐기고 있는 자신들과 프로 “셰프” 들과 어떤게 비슷하고 어떤게 다르며, 왜 그들이 셰프라는 명칭을 갖게 되는지 좀더 자세하게 알게되. 이는 마치 프로 운동선수들 혹은 가수, 혹은 연기자들에게 느끼는 감정과 대동소위하게 되지. 그런적 없어? 프로 골퍼들 골프 치는 것 보면서, "아..나도 100번에 한번은 저정도 하지..그래도 쟤들은 100번에 99번 저렇게 하니..참 얼마나 노력했을까? 저들이 지금 받는 대우는 당연하다" 라든지 “아..저런 표정과 저런 목소리로 연기를 할수 있다니” 라든지 말야. 푸드채널 요리사들도 비슷하다고. “아… 저기서 저런 재료를 저런식으로 쓸 생각을 하다니”, “아 저걸 저렇게 하니 완성요리가 저렇게 되는구나”…

여기서 김재환 감독이 그의 작품인 트루맛쇼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반론을 누구나 던질수 있을거야. 어차피 티비 쇼는 다 연출 아니냐. 요리를 하나도 못해도 쇼 할 수 있는거 아니냐. 실제로 Rachael Ray 라는 여성은 원래 티비 뉴스 리포터 출신인데 지금은 요리 쇼를 몇개씩 진행하고 있지. 그런 전적때문에 안티들이 좀 많긴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명 셰프들은 출신 성분이 일단 뉴욕같은 레스토랑의 무덤같은 곳에서 미슐랭이나 뉴욕 타임즈의 별을 달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야. 게다가 보통 자신의 식당을 미국 전국과 때론 전 세계적으로 몇군데씩 갖고 있어. 일단, 필드에서 검증되어 올라와 티비에서 재조명 받는 그런 수준인거지.





(얘는 셀렙이긴 하지만 셰프는 아니다)


서론이 욜라 길었다. 인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에드워드 권의 경력? 난 그가 방송에서 말했듯이 그 스스로가 그렇게 왜곡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리고 설령 그가 그랬다고 치자. 그게 범죄고 위증이야? 그가 공직자라서 청문회해서 그를 고소라도해야 하는거야?




셀리브리티가 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 하지만 공통분모는 대중이 원해야 된다는거야. 그리고 처음 대중들의 눈에 띠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지. 가장 쉬운 방법이 미디어를 콘트롤 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티비 프로듀서들의 눈에 들어서 무임(?)승차 하는 방법이겠지. 더 빠른 승차를 위해서 각종 상납사건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꺼야. 그럼 에드워드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경력논란에도 그를 스타로 만들어야만 했던 시대적 소명이 있었던거야? 아니면 모종의 뒷거래라도 있었던건가?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아직 그에대한 논란은 없다고.



내가 한국에 갈때마다 관심갖고 지켜보는 각종 티비의 요리관련 프로그램들에는 일단 “스타”가 없어. 박수홍이 오랫동안 진행하고있는 EBS 요리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건 EBS라고. 요리는 있는데 재미가 없어. 게다가 거기에 초대되는 요리사들도 우리 어머님들 분위기의 손맛 전문가들 아니면 호텔의 중년 주방장들이 대부분이야. 방송국 피디들도 미국의 푸드채널에서 처럼 핫한 요리 프로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검증된” 젊은 요리사 , “스타파워”를 단번에 만들어 줄수 있는 이를 찾았고 그들의 눈에 두바이에서 “헤드”셰프 하고 있던 에드워드 권이 들어온거야.




김재환 감독이 그의 글에서 에드워드 권을 “캐비아 삼겹살”에 비유해. “캐비아 삼겹살”은 트루맛 쇼에서 소위 브로커라는 사람이 맛집의 대박메뉴 아이템을 위해 급조해내는 메뉴야. 김재환 감독의 의도는 에드워드 권을 실재가 없이 급히 가공된 존재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 그런 비유를 한것이겠지. 근데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식중에 성게알과 라드(돼지기름)를 함께 먹는 음식이 있어. 삼겹살과 캐비아는 성게알과 라드에서 본따온 요리인걸지도 모르지. 그리고 은근 맛있을거 같기도 해.





(내가 만들었던 성게알 라드)




요리사 선발쇼에서 에드워드 권이 지옥의 키친의 셰프 고든램지에 갖는 관계가 삼겹살캐비아가 성게알라드에 갖는 관계에 대응될지도 모르고, 그게 김재환 감독의 비난의 핵심일수도 있지. 진정한 창조의 과정을 거친게 아니고 꼼수를 써서 급조된 거라는 비난.




근데 그게 뭐? 세상은 어차피 공평하지 않아. 헷갈리지마, 난 누구보다 공정한걸 추구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공정함과 공평함을 들이대는건 어불성설이다. 스타와 셀레브리티의 시작은 “만들어지는”거다. 그 과정에 대해서 공정성 들이대기 시작하면 피곤해질뿐이다. 더 중요한건 그 다음이야. 인기와 영예가 어떻게 유지되는가이고 그 평가는 오로지 엔터테인먼트 매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할 수 있을 뿐이야. 아무리 예쁘더라도 어둠의 경로를통해 무임승차한 가수나 연기자들 봐.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얼마나 간다고 생각해?




그럼 에드워드 권은? 그는 2012년 1월 현재 “셀레브리티” 임에는 분명하다. 심사위원도 하고, 쇼도 하고. 에드워드 권이 무임승차에서 그의 지위를 이용해 영예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 글쎄 그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몰라도 그거 어차피 한순간이다. 그래서 나중에 요리 안하고 연예인 되면? 뭐 그거야 나중에 그걸로 욕하면 되는거지. 근데 아직까지 그는 적어도 자신을 “셰프” 라고 부르고 싶어할거야. 그럼 그를 과연 “셀레브리티 셰프”라고 부를수 있을까?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의 경력에 대한 비난도 사라지겠지.




셰프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수 있어야해. 근데 에드워드 권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인지를 모르겠어. 리얼리티 요리선발쇼에서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나 홈쇼핑에서 돈까스 파는건 뉴욕에서 한식 프로모션 했던 무한도전 멤버들도 할 수 있는거라고. 하지만 그들을 우린 셰프라고 부르지 않아. 난 그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그만의 방식으로 변신시키는지 보고 감탄하고 싶고, 다른 요리사와 똥줄타는 상황에서 요리대결을 하는 걸 보고싶어. 그의 식당이 사람들로 터져나가고 예약이 끊이지 않는걸 보고싶다고.




vs.
(이런거 보고 싶다고. 에드워드 권 vs. 내가 좋아하는 정식당의 임정식의 아이언 셰프 대결)





그게 내가 보고싶은 “셀리브리티 셰프”이고, 그걸 보여줘야 하는게 “셀리브리티 셰프”의 자격이라고. 그거 보여주고 싶지 않으면 자신을 셰프라고 부르지 않아줬으면 한다. 그땐 진짜 다른 "셰프"들 이름에 먹칠하는 것일테니.




Monday, January 9, 2012

[주절주절] Marinovich vs. 조정래

Marinovich project라는 게 있어. 최근에 미국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했던 한 미식축구 선수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야. Marinovich는 누구냐. 우린 두사람을 얘기해야해. Todd Marinovich와 그의 아버지인 Marv Marinovich.





토드의 아버지 마브는 60년대에 프로 미식축구 선수였어. 그다지 화려한 선수경력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그 이유중에 하나가 너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혹독하게 해서 그게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어. 아마 스테로이드같은 약물을 사용해서 근육의 회복을 빨리 할수 있는 편법/불법은 사용하지 않았나봐. 어쨌든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친 그의 탁월한 트레이닝 능력때문에 자기가 뛰었던 팀인, Oakland Raiders에 트레이너로 고용이 되.





그러고, 그에겐 토드라는 아들이 태어나지. 이 아들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던 그는, 작정하고 이 아들을 최고의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결심을 해. 유아기부터 시작된 그의 혹독한 트레이닝과 식이요법 프로그램은 토드를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미국 전국구 레벨의 쿼터백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버리지. 피지컬한 능력은 물론이고, 스트레칭과 식단 조절로 그의 외형도 이상적인 쿼터백의 그것으로 만들어지게 되지. 토드는 주업은 미식축구, 취미로 농구팀에서 뛰며 그의 고교를 최고 팀으로 끌어올리고 전 미국 스포츠계의 관심을 받지만, 또래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감옥과 같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겪어야 했던 그는 졸업반때부터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지. "친구들은 빅맥 먹고, 트윙키 먹고 그러는데 난 그런것 구경도 해본적이 없다" 라고 인터뷰에서도 밝힌 그는 아버지 몰래 시작한 술과 약물에 서서히 중독되게 된다. 그리고, 지나친 세간의 관심과 비난 - "Robo-quarterback"이라는 비꼬임 섞인 별명이 단적인 예야 - 도 어린 토드를 점점 약물과 친하게 만들게 하지. 이미 그의 부모는 이때 이혼한 상태였고, 아버지 혼자서 토드의 트레이닝을 담당했는데, 가정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어.









어쨋든, 출중한 기량으로 고교를 졸업하는 토드는 여러 대학들의 러브콜중에 고민을 하다가, 아버지의 모교이기도 한 남가주 대학 (USC)로 진학을 하게 되고 1학년때 학교를 Rose Bowl (프로야구로 치면 월드시리즈급이라고 해두자) 에 나가게 만들고 거기서 USC를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동시에 계속되는 그의 약물중독 문제들과 코치와의 불화는 그를 학교에 더이상 묶어두지 못하고, 중퇴와 함께 그의 아버지가 뛰었던 프로팀인 Los Angeles Raiders - 레이더스는 당시 엘에이 연고였으니깐 -에 입단하게되. 하지만 팀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히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야하는 미식축구의 쿼터백을 학교도 중퇴하고 약물문제가 있는 토드가 제대로 해낼리 없지. 결국 그는 1년도 안되어 팀에서 방출되고 그 후로 캐나다 미식축구 리그와 미국 실내 미식축구리그를 전전하게 된다. 그게 로보쿼터백의 쓸쓸한 현재야. 참고로 토드는 69년 생이야.





왜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했을까.





지난 주말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일인자라고 얘기해도 별 지장 없을 "태백산맥"의 조정래 선생이 나오셨어. 그분 이야기중에 잠시 손자 자랑을 하시면서, 당신 아들과 며느리에게 숙제를 하나 내주었던것이 있는데, 태백산맥 전부를 필사본으로 만들라는, 다시말하면, 그 10권짜리 대하소설을 글로 직접 써서 옮겨라 하는 것이였지.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거 무슨 초등학생 벌주는 것도 아니고 말야. 어쨌든 아들과 며느리는 3년반에 걸쳐서 태백산맥 필사본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그 부부사이에 아들이 태어나게 되지. 그 아들이 조정래 선생이 자랑하던 그 손자인데, 자랑의 내용은 다름아닌 영재학교에 다닌다는 것이고, 그렇게 된 큰 이유중의 하나가 며느리가 태백산맥 필사본 작업을 하며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태교 였다는 것이야.











조정래 선생의 선친은 만해 한용운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모임에 참여했던 승려셨으며 해방후에 교편을 잡고 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하셨다고 해. 조정래 선생 당신도 동국대 국문과 출신 (그당시 동국대 국문과는 서울대 국문과 보다 더 좋은 곳이였다) 의 엘리트, 그의 부인도 같은과 출신의 시인이니 그 집안에 흐르는 핏줄의 영리함은 당연히 무시할수 없어. 게다가 그의 집안의 철칙과도 같은 "주색잡기를 멀리하라" - 머리도 좋은데 술담배도 안하니 얼마나 DNA들이 초롱초롱하겠어.





태백산맥 필사본 태교 이야기를 들었을때 뭔가 두들겨 맞은듯한 그런 기분이였어. 머리와 손을 동시에 하는 그런 태교라니 너무 좋잖아. 비슷한 예로 모차르트의 음악 악보를 필사한다던가, 명화들을 카피해 그린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겠지.





어느 한 분야에서 영재로 태어나거나 만들어지는게 과연 좋기만 한 일일까? 적어도 마리노비치의 경우에서 보자면 "인성"적인 부분이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알수 있겠지.





마리노비치나 조정래 선생의 손자나 일단 선대에서 물려받은 뛰어난 유전자가 있음엔 분명해. 엉뚱한 결론을 미리 내려 보자면 (아직 조정래 선생 손자가 어떤 인물이 될지는 모르지만) 마리노비치는 인문학적, 예술적 태교를 게을리 했고, 게다가 성장기에 인성교육이 결여되어서 패가망신한 경우일 것이다.

초이 프로젝트는 무엇이 될것인가?

Friday, January 6, 2012

[주절주절] Chicago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어.




미시간 호수의 칼바람.


우노의 딥디쉬 피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물들.


고색 찬란한 리글리 필드.


70년대 한국을 옮겨 놓은듯한 로렌스와 링컨길의 한국 가게들.




그중 제일은,




필드 뮤지움쪽에서 바라보는 시카고 엽서 뷰.


그 뷰를 보면서 까먹던 오렌지.


주차 미터에 동전을 바꿔주겠다고 선심 쓰던 백인 아줌마.




'내 추억' 이라는 머리속의 폴더를 열면


'시카고'라는 서브폴더가 보이고


그 안에는 유통기한있는 데이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폴더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 용량이 줄었다고 슬퍼말자.


인생이란 여행은 용량 무제한인 '내 추억' 폴더를 채워나가는거니깐.